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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

우주의 건반




우주의 건반 (2011)



구성

두 개의 건반과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스크린으로 구성된 운석 덩어리.


실행 조건

우주의 건반 앞에 두 명이 마주 앉아서 건반을 누른다.

자신에게 해당하는 두 개의 zodiac 유형과 blood type과 매치된 건반을 누른다.


반응

각각의 건반은 지정된 소리가 있다.

자신에게 해당되는 건반을 누르면 점괘를 얻을수 있다. 해당 건반 내에서 어떠한 변화도 가능하다.

건반 내에서의 행위 즉 변화 자체는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두 명의 타악은 이상한 음의 조합을 만들어내고 이는 우주로 전달된다.

우주는 두 명이 발산하는 음을 수신하여 점을 친다.

점괘의 결과는 두명의 화음으로 이뤄진 음악으로 재생된다.












대학시절 이 작업만큼 대놓고 구라쳤던 것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비(非)전공자에게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구지 설명하자면, 지금 말하는 "구라"는 일반적인 "거짓말"의 의미가 전부가 아닙니다.

디자인 혹은 그와 유사한 작업을 하면서 "구라를 친다" 라던가 "이빨을 깐다"는 표현은 일종의 함축적인 속어인데, 대상 작업을 비방하거나 얕보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을 자기 작업에 스스로 갖다 붙인다는것은 작업에 임하는 태도와 그 작업에 유희를 섞은 반농담이라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작업이 마냥 우스웠던것은 아닙니다.

별자리와 띠, 혈액형이라는 아주 평이하고 식상한 소재에서 굉장히 말도 안되는 수와 복잡한 로직을 구성하여 사이비같은 느낌의 결과물을 산출하는 것이 목적이였기 때문입니다. 화성악과 음악 기호들, 별자리, 점술과 관련된 이론을 펼쳐놓고 키보드 건반으로 사운드 소스를 만들고 악보를 그려 나갔던 과정은 여기서 보여드릴수 없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과정이였습니다. 


애초에 작업의 결과물은 두 가지 형태로 계획했습니다.

첫째는, 두 명이 건반에 입력한 값의 점괘를 악보의 형식으로 그려내는 것. 둘째는, 이를 사이비처럼 설명하는 장면이 포함된 영상입니다.

하지만 이를 모두 실현하지는 못했습니다. 때문에 우주의 건반이라 이름 지은 오브젝트에 힘이 들어가버린 이상한 영상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을 만들때 드라마 뿌리깊은나무에 빠져있었네요.